Summary

  • 바벨 전략은 자원 대부분을 아주 안전한 곳에, 작은 몫만 과감한 곳에 두고 가운데는 비우는 배분법이다.
  • '적당한 위험'은 잃는 쪽은 열려 있고 얻는 쪽은 닫혀 있어, 겉보기보다 위험하다.
  • 안전한 끝이 진짜로 안전하고, 과감한 끝의 손실에 한도가 있어야 바벨이 제대로 작동한다.

무언가를 바꾸고 싶을 때 떠오르는 길은 대개 둘이다. 가진 것을 걸고 한 번에 뛰어들거나, 크게 걸지 않은 채 여기저기 조금씩 발을 담그거나. 앞의 길은 무모해 보이고 뒤의 길은 현명해 보인다. 그런데 뒤의 길, 곧 '적당히 섞는' 선택이 오히려 가장 나쁜 결과를 부를 때가 많다.

불확실성을 오래 연구해 온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여기에 세 번째 답을 내놓았다. 운동 기구 바벨처럼 무게를 양 끝에만 싣고 가운데는 비우라는 것이다.

바벨 전략이란: 양 끝에 싣고 가운데를 비운다

탈레브가 『안티프래질』에서 설명한 바벨 전략은 자원을 두 극단으로 나눈다. 대부분(대략 85~90%)은 아주 안전한 곳에 두고, 나머지 작은 몫(10~15%)은 크게 불어날 수도 있는 과감한 곳에 둔다. 중간 정도의 위험을 지닌 선택에는 아무것도 두지 않는다.

중요한 건 비율이 아니라 이 구조가 만드는 결과의 모양이다. 일이 가장 나쁘게 풀려도 잃는 것은 작은 몫이 전부다. 가장 잘 풀리면 그 작은 몫이 전체를 바꿀 만큼 커질 수 있다. 손실에는 뚜껑이 있고, 기회에는 뚜껑이 없다.

'적당한 위험'이 가장 위험한 이유

가운데가 문제인 건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이다. 중간 위험은 크게 잃을 일도 없고 적당히 얻는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드물게 찾아오는 큰 충격 앞에서는 생각보다 많이 잃고, 잘 풀려도 얻는 것은 딱 적당한 만큼이다. 잃는 쪽은 열려 있고 얻는 쪽은 닫혀 있는 셈이다.

방식 가장 나쁜 경우 가장 좋은 경우
한 번에 전부 걸기 전부 잃는다 크게 얻는다
전부 적당히 섞기 예상보다 크게 잃는다 적당히 얻는다
바벨 작은 몫만 잃는다 작은 몫이 크게 불어난다

적당히 섞은 선택이 위험해 보이지 않는 건 평소에는 실제로 잘 굴러가기 때문이다. 문제는 평소가 아닌 날에 드러난다.

특허청 직원의 논문, 본업을 지킨 창업자

바벨의 모양은 역사 속 선택에서도 자주 보인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05년 스위스 특허청에서 일하며 물리학의 흐름을 바꾼 논문들을 냈다. 프란츠 카프카도 오랫동안 보험 기관에 다니며 소설을 썼다. 생계를 받쳐 주는 안전한 끝이 있었기에, 다른 한쪽에서는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과감해질 수 있었다.

창업 연구도 같은 쪽을 가리킨다. 2014년 경영학자 조지프 라피와 지에 펑은 수천 명의 창업 과정을 추적해, 본업을 유지한 채 사업을 시작한 쪽이 본업을 그만두고 뛰어든 쪽보다 실패 위험이 33% 낮았다고 보고했다. 안전한 끝은 겁 많은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대담한 시도를 오래 이어 가게 해 주는 받침대다.

바벨이 깨지는 세 가지 방식

바벨은 단순해 보이지만 흉내 내다 깨지기 쉽다. 대개 셋 중 하나다.

  1. 안전한 끝이 실은 안전하지 않다. '거의 안전한 것'은 안전한 것이 아니다. 한 사람, 한 거래처, 한 플랫폼에 기대는 수입은 편안해 보여도 한 번에 끊길 수 있다. 안전한 끝은 가장 나쁜 날에도 버티는지로 판단한다.
  2. 과감한 끝의 손실에 뚜껑이 없다. 빚을 내거나 되돌릴 수 없는 약속을 걸면 그건 바벨이 아니라 올인이다. 과감한 끝에는 잃어도 되는 만큼만 건다.
  3. 과감한 끝마저 어중간하게 굴린다. 작은 판을 벌여 놓고 실패가 두려워 무난하게만 운영하면, 뚜껑 없는 기회가 사라진다. 작게 걸었다면 그 안에서는 과감해야 한다.

시간·일·돈에 바벨을 거는 법

바벨은 돈에만 쓰는 전략이 아니다. 한정된 자원을 나눠야 하는 곳이면 어디서든 같은 모양으로 쓸 수 있다.

자원 안전한 끝 과감한 끝 비워야 할 가운데
시간 생계와 핵심 업무에 쓰는 대부분의 시간 결과를 모르는 실험에 떼어 둔 몇 시간 이것저것 조금씩 손대다 끝나는 시간
일 꾸준히 수입을 내는 본업이나 주력 사업 크게 될 수도 있는 작은 새 시도 수입도 성장도 애매한 일
돈 몇 달을 버틸 수 있는 여유 자금 잃어도 삶이 흔들리지 않는 작은 몫 잘 모르면서 '적당하다'는 말만 믿고 넣은 돈

점검할 것은 세 가지다.

  • 가장 나쁜 날에도 안전한 끝은 버티는가?
  • 과감한 끝에서 잃을 수 있는 최대치가 미리 정해져 있는가?
  •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적당한' 자리로 자원이 새고 있지는 않은가?

Business Value 바벨 구조로 자원을 나누면 가장 나쁜 날에 잃을 양이 미리 정해진다. 그 한도를 알고 나면 막연한 불안 대신 계산된 판단으로 새 시도를 할 수 있다. 한 해에 몇 번의 작은 실험을 돌려도 생계와 본업은 흔들리지 않고, 그중 하나만 크게 맞아도 다음 몇 년의 방향이 바뀐다. 마음의 여유와 성장의 기회를 함께 쥐는 배분법이다.

바벨이 알려 주는 것은 용기의 크기가 아니라 용기를 거는 자리다. 전부를 걸 필요도, 전부를 조금씩 흐릴 필요도 없다. 한쪽을 단단히 지킨 만큼 다른 한쪽에서는 마음껏 대담해질 수 있다. 지금 쥐고 있는 시간과 일 가운데, 안전하지도 과감하지도 않은 채 '적당히' 놓여 있는 것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