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 숫자를 목표로 정하는 순간, 사람들은 원래 목적이 아니라 그 숫자에 닿는 가장 싼 길을 찾는다.
- 하노이의 쥐꼬리, 웰스파고의 유령 계좌처럼 숫자는 좋아지는데 실제는 나빠지는 일은 그 길이 목적과 갈라질 때 생긴다.
- 숫자를 정하기 전에 가장 싼 달성법을 먼저 떠올리고, 짝 지표를 두고, 질문으로 쓰면 숫자는 다시 쓸모를 찾는다.
1902년, 프랑스 식민 정부가 다스리던 하노이에는 쥐가 들끓었다. 당국은 쥐를 잡아 오면 한 마리당 포상금을 주기로 했고, 증거로는 꼬리만 가져오면 되게 했다. 얼마 뒤 거리에서 꼬리 없는 쥐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꼬리만 잘라 내고 쥐는 다시 풀어 준 것이다. 살려 둬야 새끼를 낳고, 그래야 다음에도 꼬리가 나온다. 교외에서는 쥐를 아예 기르는 농장까지 나왔다.
계획 자체는 그럴듯했다. 쥐를 많이 잡을수록 꼬리도 많이 모일 테니 꼬리 수는 좋은 지표였다. 문제는 그 지표에 돈을 걸었다는 데 있었다. 영국 통치기 인도에서 코브라를 잡아 오면 돈을 줬더니 코브라 농장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이런 역효과를 흔히 '코브라 효과'라고 부른다.
숫자가 목표가 되는 순간
1975년 영국 경제학자 찰스 굿하트는 통화 정책을 두고 비슷한 관찰을 남겼다. 어떤 통계를 관리 목표로 정하면, 그 통계가 원래 보여 주던 관계가 무너진다는 것이다. 훗날 인류학자 메릴린 스트래선은 이를 더 짧게 정리했다. "측정치가 목표가 되면, 더 이상 좋은 측정치가 아니다." 오늘날 '굿하트의 법칙'으로 불리는 문장이다.
달라지는 건 숫자의 역할이다. 숫자는 원래 어떤 상태를 짐작하게 해 주는 단서다. 몸무게로 건강을, 매출로 만족을, 시험 점수로 이해한 정도를 짐작한다. 그런데 단서에 보상을 매달면 사람들은 상태를 바꾸는 대신 단서를 만들기 시작한다. 하노이의 꼬리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가장 싼 길로 간다
굿하트의 법칙을 "사람들이 숫자를 속인다"로만 읽으면 반만 본 것이다. 하노이 사람들은 규칙을 어기지 않았다. 꼬리를 가져오라고 해서 꼬리를 가져왔다. 숫자가 목표가 되면 사람들은 그 숫자에 닿는 가장 싼 길을 찾는다. 그 길이 원래 목적과 겹치면 아무 문제가 없다. 갈라지면 숫자는 좋아지는데 실제는 나빠진다.
2016년 미국 은행 웰스파고에서 드러난 일이 그 갈림길을 보여 준다. 고객 한 명이 쓰는 상품 수를 늘리라는 압박 속에서, 직원들은 고객 몰래 수백만 개의 계좌를 만들었다. 실적표는 훌륭했지만 회사는 결국 수십억 달러의 벌금을 냈고 신뢰를 잃었다. 고객과 관계가 깊어지면 상품 수가 느는 건 맞다. 하지만 상품 수를 늘리는 가장 싼 길은 관계를 깊게 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런 일이 터졌을 때 물어야 할 것은 "누가 속였나"보다 "이 숫자에 닿는 가장 싼 길이 무엇이었나"다. 앞의 질문은 사람을 바꾸고, 뒤의 질문은 숫자를 바꾼다.

일상에 숨어 있는 꼬리
굿하트의 법칙은 정부나 대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스스로 정한 목표에서도 똑같이 일어난다.
| 숫자 | 원래 보려던 것 | 가장 싼 길 |
|---|---|---|
| 하루 만 보 | 몸을 충분히 움직였는가 | 밤늦게 집 안을 빙빙 돌기 |
| 한 해 책 50권 | 생각이 넓어졌는가 | 얇은 책만 골라 빨리 넘기기 |
| 학점·자격증 개수 | 일할 준비가 됐는가 | 쉬운 과목, 따기 쉬운 자격증 고르기 |
| 팔로워 수 | 내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있는가 | 맞팔로우, 자극적인 게시물 |
| 답장 속도 | 일을 제때 처리하는가 | 내용 없이 "확인했습니다"부터 보내기 |
만 보라는 숫자부터가 그렇다. 이 숫자는 의학 연구가 아니라 1960년대 일본에서 팔린 만보계의 이름에서 퍼졌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다. 근거보다 기억하기 좋아서 살아남은 숫자인 셈이다.
숫자를 버리지 않고 쓰는 법
그렇다고 숫자를 버리면 판단은 다시 감에 기댄다. 숫자를 쓰면서도 꼬리로 바뀌지 않게 하는 방법은 몇 가지로 정리된다.
- 정하기 전에 가장 싼 길부터 떠올린다. "원래 목적은 신경 쓰지 않고 이 숫자만 채운다면 어떻게 할까." 답이 쉽게 나오면 그 숫자는 곧 꼬리가 된다.
- 짝이 되는 숫자를 함께 둔다. 양을 재면 질도 하나 잰다. 읽은 책 수 옆에 '다시 펼쳐 본 책', 답장 속도 옆에 '같은 걸 다시 물어 온 횟수'를 둔다.
- 숫자는 대답이 아니라 질문으로 쓴다. 숫자가 나빠졌을 때 벌을 주는 대신 "왜 이렇게 나왔지"를 묻는 데 쓰면, 숫자를 꾸밀 이유가 줄어든다.
- 오래 쓴 숫자는 바꾼다. 한 숫자를 오래 쫓을수록 그 숫자를 채우는 요령도 늘어난다. 목적은 그대로 두고 재는 방법을 가끔 바꾸면 요령이 자랄 틈이 줄어든다.
Business Value 숫자 하나를 정할 때 '가장 싼 길'부터 따져 보는 데는 몇 분이면 된다. 그 몇 분이 엉뚱한 숫자를 몇 달씩 쫓다가 처음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막는다. 일의 목표든 생활 습관이든, 숫자는 좋아지는데 실제는 그대로인 답답함이 줄고 들인 노력이 원래 목적에 그대로 쓰인다. 남이 정해 준 숫자 앞에서도 이 숫자가 무엇을 보려던 것인지 되묻는 판단력이 남는다.
하노이의 쥐 포상금은 결국 얼마 못 가 폐지됐다. 숫자가 나빴던 게 아니다. 모두가 꼬리를 세는 동안 거리의 쥐를 세는 사람이 없었을 뿐이다.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숫자들 가운데 꼬리는 몇 개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