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mmary
- 대전에만 매장을 둔 성심당이 2025년 영업이익 643억 원으로 전국 프랜차이즈를 다시 앞섰다
- 비결은 제품이 아니라 구조 — 확장하지 않음으로써 사라진 비용과 '가야만 살 수 있는' 희소성
- 성장에는 넓히는 방향과 깊어지는 방향이 있고, 둘은 같은 말이 아니다
2026년 4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눈에 띄는 숫자가 올라왔다. 대전에만 매장을 둔 빵집 성심당의 운영사 로쏘가 2025년 매출 2,629억 원, 영업이익 643억 원을 기록했다. 전국에 1,300여 매장을 거느린 대형 프랜차이즈의 영업이익을 몇 년째 앞서는 성적이고, 영업이익률은 24.4%에 이른다. 제과업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수익 구조다.
통념대로라면 이 회사는 진작 서울에 진출하고 전국에 지점을 깔았어야 한다.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앞 찐빵집에서 출발한 이래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대전 밖에는 매장을 내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그리고 이 거부가 역설적으로 오늘의 숫자를 만들었다.
스무 곳이 안 되는 매장이 1,300곳을 이긴 구조
전국 확장형 사업의 손익계산서에는 매장 수와 함께 자라는 비용이 숨어 있다. 물류망, 지역별 관리 인력, 점포 간 품질 편차를 메우는 교육, 전국 인지도를 유지하는 광고비. 매출이 커져도 이익이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이유다. 반면 생산과 판매를 한 도시에 모아두면 이 비용의 상당 부분이 발생 자체를 멈춘다.
| 구분 | 전국 확장형 | 단일 거점형 |
|---|---|---|
| 매출의 원천 | 매장 수 × 지역 수요 | 전국 수요가 한 좌표로 이동 |
| 비용 구조 | 물류·관리·광고가 매장 수에 비례 | 밀집 생산으로 고정비 집중 |
| 품질 관리 | 점포 간 편차와의 싸움 | 당일 생산·당일 판매 가능 |
| 브랜드 | 어디에나 있는 익숙함 | 거기에만 있는 희소성 |
요컨대 24.4%라는 이익률은 빵을 비싸게 팔아 만든 숫자가 아니다. 확장하지 않음으로써 쓰지 않아도 되는 비용이 만든 숫자다.
'가야만 살 수 있다'가 만든 세 가지 자산

어디서나 살 수 있는 빵은 상품이지만, 한 도시에서만 살 수 있는 빵은 목적지가 된다. "성심당에 가려고 대전에 간다"는 소비 행태가 실제로 형성됐고, 브랜드는 광고 없이 관광 콘텐츠로 기능한다. 희소성이 첫 번째 자산이다.
두 번째는 통제력이다. 모든 매장이 한 도시에 있기에 당일 생산·당일 판매 원칙이 물리적으로 가능하고, 남은 빵은 전량 기부된다. 품질과 평판을 동시에 지키는 이 운영 방식은 매장이 전국에 흩어지는 순간 비용이 급격히 늘어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세 번째는 복리다. 70년 동안 평판과 숙련과 신뢰가 한 자리에 쌓였다. 분산되지 않은 자원은 서로를 강화한다. 매출이 5년 만에 488억 원에서 2,629억 원으로 다섯 배가 된 곡선은 갑작스러운 행운이 아니라, 오래 쌓인 이자가 한꺼번에 도착한 모양에 가깝다.
확장은 성장의 동의어가 아니다
이 사례가 빵집 바깥에서 의미를 갖는 이유는, 성장에 두 방향이 있음을 숫자로 증명하기 때문이다. 넓히는 성장은 영역과 거점의 수를 늘리고, 깊어지는 성장은 한 지점의 밀도를 높인다. 사업의 거점이든, 다루는 분야의 수든, 운영하는 채널이든 구조는 같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성심당이 치른 대가는 분명하다. 전국 유통이 가져왔을 매출 기회, 성장의 속도, 외부 자본을 끌어들일 기회를 내려놓았다. 깊이의 전략은 임계점에 이르기 전까지 느리고 초라해 보인다. 다만 그 선을 넘는 순간, 어디에나 있는 것이 가질 수 없는 프리미엄이 생긴다. 희소성은 복제되지 않는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Business Value 확장 결정 앞에서 이 프레임은 두 가지를 아낀다. 첫째, 시기상조의 확장이 태우는 비용 — 거점 하나를 늘릴 때 따라붙는 물류·관리·품질 비용은 매출보다 먼저 도착한다. 둘째, 판단의 시간 — "넓힐 것인가, 깊어질 것인가"라는 한 줄의 질문은 신규 거점·신규 채널·진로 전환 검토를 하나의 축으로 정리해 준다. 밀도가 임계점에 닿기 전의 확장은 성장이 아니라 희석이다.
70년 된 빵집의 공시 한 장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지금 키우고 있는 것은 면적인가, 밀도인가. 넓어지는 일은 눈에 잘 띄고, 깊어지는 일은 오래 보이지 않는다. 다만 어느 날 숫자가 되어 나타나는 쪽은, 생각보다 자주 후자다.